40여 년을 다져온 장애인 자립의 길, ‘당연한 일상’을 위한 헌신으로 이어가겠습니다
지난 2026년 4월 20일, 서울 비스타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46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‘석류장’이라는 과분하고도 영예로운 포상을 받았습니다. 오늘 이 자리에 서고 보니 기쁜 마음보다 지나온 세월의 무게와 앞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. 이 훈장은 단순히 개인 김락환의 명예가 아닙니다.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고 눈물 흘려주신 (사)한국교통장애인협회 직원과 회원 여러분, 그리고 소외된 이웃의 권익을 위해 묵묵히 동행해 준 모든 분과 나누어야 할 공동의 영광입니다.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.
절망의 문턱에서 피워낸 장애인 자립의 꿈
30대 초반이던 1982년 8월, 불의의 교통사고는 제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. 가슴 밑 하반신 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과 함께 지체장애 중증장애인이 되었을 때, 밀려오는 절망감은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었습니다. 타인의 도움 없이는 단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던 현실 앞에서 좌절도 했습니다. 하지만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저와 같은 아픔을 겪으며 사회적 편견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신음하던 또 다른 교통장애인들의 존재였습니다. 내가 먼저 한계를 극복하고 당당히 일어서야만 우리 이웃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힘을 내었습니다. 복지는 시혜나 동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확신을 가지고,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 복지 증진을 위한 길에 뛰어들었습니다. 당시 사회적 무관심에 맞서 장애인 자립복지관과 장애인들의 자립 기반을 만들고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쉼 없이 노력했습니다.
교통장애인의 인권과 안전을 위해 걸어온 연대의 길
이후 한국교통장애인협회를 이끌며 제가 가장 집중했던 것은 ‘교통사고 예방’과 ‘장애인 권익 신장’의 선순환이었습니다.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은 당사자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, 더 이상 제2,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교통안전 전국순례와 예방 교육을 멈추지 않았습니다. 동시에 경북장애인 기능경기대회 개최, 경북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 출범,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 준공 등 굵직한 사업들을 진두지휘하며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. 이 모든 일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했습니다. 현장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헌신해 주신 수많은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,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의 움직임에 동참해 준 시민사회의 연대가 있었기에 4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습니다. 이번 석류장 수훈은 교통사고 피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현장을 지켜온 모든 이들의 열정에 대한 국가의 따뜻한 응답입니다.
‘당연한 일상,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’ 새로운 다짐으로 나아가겠습니다
올해 장애인의 날 슬로건은 “당연한 일상,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”이었습니다.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삶의 모습을 정책과 일상에 반영하겠다는 이 다짐은, 제가 평생을 바쳐 이루고자 했던 가치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.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어우러지는 사회, 소외된 이웃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‘당연한 일상’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남은 생을 온전히 바치겠습니다. 늘 지켜봐 주시고 지도 편달을 아끼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. 감사합니다.
더 낮은 자세로 사회를 섬기며, 마지막까지 헌신하겠습니다
훈장의 빛은 시간이 지나면 바랠 수 있지만, 훈장에 담긴 숭고한 가치와 사회적 책임은 제 가슴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이정표로 남을 것입니다. 오늘의 수훈을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, 처음 이 길을 나설 때 가졌던 뜨거운 열정과 순수한 사명을 다시금 정비하겠습니다. 주변의 기대와 응원에 어긋나지 않도록, 더 낮은 자세로, 더 겸손하게 사회를 섬기겠습니다.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어우러지는 사회, 소외된 이웃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‘당연한 일상’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남은 생을 온전히 바치겠습니다.